식물성 질감이 펼쳐내는 화평한 음색
음악은 예로부터 심성에 깊은 울림과 영향을 준다. 특히 한국전통음악은 궁중음악에서 제례악에 연주된 수제천이나 영산회상 같은 정악 합주음악은 화평하면서도 웅장함, 때론 한없이 부드러운 정감 있는 소리를 듣는 이들에게 들려준다. 이러한 느낌과 소리를 만들어 내는 것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영향이 작용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많은 영향은 음악의 기본요소인 음색을 살펴볼 수 있겠다. 부드럽고 편안한 음색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악기의 재질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전통음악에 쓰이는 악기의 대부분이 자연 속에서 자란 오동나무, 대나무, 명주실 등을 사용하여 악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기 때문이다. 동서양 악기를 간단하게 살펴보면, 서양음악에 편성된 악기는 대부분 금속성 재질을 악기를 사용 연주하는 반면, 한국전통음악의 악기편성은 자연에서 얻어지는 식물성의 재질의 악기가 악단의 전체에 편성이 된다. 물론 어느 부분에선 예외상항도 있겠지만, 확실한 것은 서구적 감각은 금속성 재질의 악기 선호가 강하며, 한국전통음악에서의 우리의 기본적 감각은 식물성 악기 선호가 강하다고 볼 수 있겠다. 우리 전통음악의 악기들은 자연속에서 자란 식물성 재질의 악기임을 알 수 있는데, 통일신라시대의 대표적인 악기들이었던 삼현육각이 그러하며, 오늘날까지 대중적 악기편성이었던 삼현육각 편성만 보아도 쇠붙이 악기는 연주에 사용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기악독주곡, 관악기 대표 대금을 살펴보면 대밭에서 대나무 대를 그대로 옮겨온 전형적인 식물성 악기이다. 더 나아가 가야금, 거문고 같은 현악기는 오동나무 공명통에 명주실로 꼬은 줄을 안족에 얹어서 연주한다. 한때 철사줄을 사용하여 철금을 연주 시도를 하였으나 많은 연주자들에 보급 되지 못함 또한 이러한 이유가 있겠다. 이러한 사실을 전제로 할때 한국전통음악은 따뜻한 목질감에서 오는 멋스러움속에 부드럽고 화평한 분위기의 음악이라 할 수 있겠으며 서양음악은 날카롭고도 견고한 금속성 질감에서 오는 냉정하며 이지적인 느낌의 음악이라 할 수 있겠다.
깊은 호흡에 기반을 둔 내면속 음악
우리 전통음악은 서양클래식음악의 속도와 다르게 느린 것은 분명하다. 즉, 이를 한배(호흡)라고도 한다. 현재까지도 전해지고 연주되고 사랑받고 있는 대표적 정악곡인 수제천이나 상영산 등 음악을 들어보면 '느리다' 는 것을 수긍하게 될 것이다. 한편 재미있고 빠르게 연주되는 산조, 창작국악 등은 예외로라고 볼 수 있겠지만, 그래도 한국음악의 첫인상은 '느리다' 보편적인 서양음악에 비해 한배가 '느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겠다. 그 이유를 보면 한국전통음악은 잠재의식 속에는 호흡을 중시하며 이 점은 심장박동소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서양적 의식성향과는 다르게 한국적인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감정이 격앙되어 화가 났을 때 긴 호흡을 해서 화난 감정을 '누그러뜨리다' 라는 말도 있고 또 건강을 위한 단전호흡등 모두 호흡을 중시하고 호흡에 뿌리를 둔 문화 속에 나타난다. 이처럼 한국의 전통음악은 호흡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음악이며, 서양의 고전음악은 심상적인 음악이라고 하겠다. 따라서 한국의 전통음악이 정적인 명상성을 나타내는 것은 깊은 호흡에 기반을 둔 음악이라 할 수 있고, 서양의 고전음악은 발랄한 분위기에 동적인 진취성을 강하게 띠고 있는 것은 심장적인 속성에서 나타내는 것은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농현에 묻어나는 진한 고유한 심성
농현이란 현악기 연주법의 하나인데, 가야금이나 거문고, 아쟁을 연주할 때 왼손으로 악기의 줄을 위아래로 움직이는 방법으로 이러한 장식음을 통해 곡의 깊은 소리를 만들어낸다. 여기서 농현은 성양음악에서의 비브라토의 같은 것이다.
잔잔하게 떨어주며 기타 관악기에서의 섬세한 장식음이나 요성들은 모두가 농현이라는 이름으로 볼 수 있는 기법이다. 우리의 음악은 서양음악과는 확실히 다른 문화토양 속에서 발효된 느낌의 가진 음악현상이다. 산조를 연주를 할 때 오른손으로 가락을 연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더 산조의 깊음 나타내는 것은 왼손 수법인 농현을 하면서 멋스러우며 진한 음색과 더불어 기악 독주곡의 최고의 연주를 할 수 있다.